2023.04.No.45

윤동주

치열한 토론의 현장, <문과, 우리가 남이과>

3월 20일 <문과, 우리가 남이과> 프로그램 1회차가 진행되었다. <문과, 우리가 남이과>는 문과와이과로 전공이 구분되어 있던 한국 교육 속에서 성장한 탓에 서로를 낯설어 하는 학생들이,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고 융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려면 먼저 서로의 생각을 아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문과, 우리가 남이과>는 이과와 문과  서로의 입장에서 토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총 2회로 구성되었다. 1회차는 인공지능이라는 이과의 영역에서 인권을 토론하는 인문학적 토론을 진행하고, 2회차는 사회 복지라는 문과의 영역에서 지원 방안을 계산하고 모색하는 델파이 토론을 진행한다.

첫번째 토론은 최근의 기술 발전과도 연관되어 있다. 최근 AI의 발전에 따라 AI가 만든 창작물에 대한 권리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쟁점은 크게 둘이다. 하나는 ‘AI가 만든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및 소유권이 AI를 사용한 사람에게 있느냐 아니면 AI를 만든 회사에게 있느냐’이다. 회사는 단순히 도구만 제공해줬을 뿐 도구를 활용하여 작품을 만든 사람은 사용자라는 것이 전자의 논지이고, 사용자는 키워드만 제시하였고 AI를 학습시키고 완성시키는 데 회사가 가장 큰 공헌을 했으므로 회사가 소유권을 갖는다는 것이 후자의 논지다. 한편, ‘AI가 학습하는 데 사용된 다른 사람들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이 쟁점의 연장선상에서 들려오고 있다. 그림 창작자의 경우 자신의 그림을 학습에 사용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활용해서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주장이다. AI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기에 이를 아직 법이 따라가지 못하였는데, 여기서 발생한 여러 문제를 보며 <문과, 우리가 남이과>에서는 ‘AI가 극도로 발전된 미래에서 AI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AI의 권리와 책임을 인간과 동일하게 봐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였다.

프로그램은 토론 시작 일주일 전에 팀 별로 토론 주제와 관련된 영화를 시청하고, 토론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각 과정은 특별한 규칙 없이 자율적으로 진행되었다. 관련 영화는 ‘Her’을 지정했는데, 이 영화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한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내용이기에 토론 주제와 관련이 깊었다. 토론은 세 팀으로 나눠서 CEDA식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세 팀은 각각 다른 논점에서 AI의 인권을 말하였다.

여기 세 팀 중 한 팀의 토론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찬성 측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AI의 계속되는 발전에 따라 법 제정의 필요성 또한 대두되고 있으며 이미 로봇이 인간을 공격한 것을 학대로 취급한 사례가 있다. 기존의 법으로 AI를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AI의 발전이 이미 인간과 사고 및 표현이 유사할 정도로 이뤄졌다면 AI를 인간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안이다. 또한 인권의 역사를 보며 사람에게도 인권이 순차적으로 인정된 것처럼 AI도 순차적으로 인권을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인간과 행동, 사고가 유사한 수준으로 AI 기술이 발전할 경우 역사가 그랬듯 AI의 인권 역시 인정받을 것이라 하였다.

반대측은 AI가 인간과 유사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인간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인간에게는 법적으로 보장된 자유가 있는데 신체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AI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AI에겐 신체가 없고 사유하거나 감정을 느끼는 프로세스마저 인간의 신진대사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AI가 인간과 적대적으로 발전하는 경우엔 AI의 인권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에게 해가 된다. 법이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이 법으로 인해 인간의 인권이 오히려 멸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을 마친 뒤 참가자들의 감상을 물었더니, 학생들은 전문적인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해당 주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준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토론 주제와 관련된 영화를 보면서 토론을 준비한 과정이 토론을 통하여 새롭게 다가왔다고 이야기하면서, 영화를 감상하는 단순히 영화 자체로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해석하는 하나의 관점을 갖고 보니 더 새롭게 영화를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한다. 이처럼 RC 학생들은 <문과, 우리가 남이과>에서 팀 별로 다양한 주장을 통해 AI의 인권을 논하였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듣고, 받아들이고, 자신 또는 상대방의 생각을 수정하면서 사고의 영역을 확장했다.

By 윤동주하우스_이재홍RAView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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