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No.15

문학과 예술

논두렁 허수아비가 이사간 이유

논두렁 허수아비가 이사간 이유

백우/ 조부기

훠이 훠이 둘팔을 벌리고

논에 날아든 참새떼들을

쫓는 허수아비

참새들 허수아비와

놀자고 밀짚모자 위에 않아

휘파람을 분다

팔끝에 앉아 콕 콕

쪼아대며 장난을 건다

화가난 허수씨

눈을 부릎뜨지만

여전히 부동자세

두팔을 벌린채 휘저으나

역시 제자리

논두렁 허수아비

이사를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홀연히 봇짐 싸들고

산기슭 텃밭으로

이사를 간다

새터전에 두팔을

힘차게 펼치고

목에 힘을주고 서있는

허수씨를 본 산속 새떼들

이크 혼비백산 포르르 포르르

신바람난 허수씨는

속으로 오예~를 외치며

두팔에 더욱 힘을 주고

위풍당당 밭 새떼들을

쫓는다

단 풍

백우/ 조부기

서쪽하늘 붉은 노을

붉게 타는가 싶더니

서북풍 불어와

단풍나무 불이

옴겨붙었구나

하얀 서릿발 내릴때면

단풍 불 꺼질새라

서쪽의 북새를 닮은

타오르는 단풍은

불을 지펴댄다

이 가을은 짙어 갈수록

붉게 타오르며

을씨년스럽게 다가올

하얀 겨울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싶지 않은지

온세상 산과들을

빨갛게 태우고 또  태운다

By 조부기(32/31회)View 209

Only Ed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