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No.7

서지연 교사일기

[메아리 놀이터]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간식 선물

메아리 놀이터는 연구소의 중요 주제인 '놀이를 통한 전인적 성장'을 목표로
연구소 간사 자녀들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실현하고 있는 교육 모델(Homeschool)입니다.
이 글은 메아리 놀이터를 담당하고 있는 서지연 간사가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들을 담은 일화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좋아하는 물놀이도

더 놀고 싶은 마음 꾹 참고

얼른 옷을 갈아입고 싶었던 날이에요.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짧은 시간이지만 실컷 물장구치고 놀고서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우리에게 설레고 중요한 날이 무엇이냐면

바로바로 연구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이모 삼촌들을 위해

우리가 직접 간식을 만들어 선물하는 것이었어요.

이안 이수 이래는

오늘 청소년과 놀이문화 연구소의 이모 삼촌들을 위해서

일하면서 가장 출출한 시간일 네시쯤에

간식을 직접 만들어서 선물을 하기로 했어요.

"이모 삼촌들이 지인~짜 좋아하겠지?" 하고 말하며

얼른 연구소에 도착하기를 기대했습니다.

연구소에 도착한 이안 이수 이래는

이모 삼촌들이 일하는데 방해되지 않게

간식 재료들을 챙겨서 살금살금 들어가서

간식을 만들 준비를 했어요.

이래는 현관에 있는 이모 삼촌들의 신발을

신발장에 차곡차곡 넣어 정리를 했습니다.

이모 삼촌들이 좋아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했고,

정리를 마치고 이래는 하얗고 가지런한 이를 보이며 웃었어요.

오늘 간식 메뉴는 식빵과 달걀을 이용한 프렌치 토스트와

망고 블루베리 바나나를 우유와 함께 갈아 만든 쉐이크 입니다.

가장 먼저 달걀을 깨서 소금간을 하고 풀어줍니다. 

입에 힘을 주고 집중해서 달걀을 깨던 네살 이래는

달걀 껍데기가 깨지면서 안에 있던 노른자와 흰자도 휘융 날아올랐어요.

달걀 껍데기들이 까놓은 달걀 노른자와 흰자 사이로 들어갔습니다.

서툴지만 애썼던 이래의 달걀 까는 모습을 보면서

옆에서 "달걀이 날았어!" 하면서 웃던 이안이는

손을 넣어서 깨진 달걀 껍데기 조각들을 빼내었습니다.

이래가 한 번 더 달걀 깨기에 도전합니다.

이번에도 흰자와 노른자가 허공 위를 날아 그릇 안으로 퐁당 들어갔어요.

또 한 번 우리는 이래의 달걀 깨는 모습을 보면서 낄낄 웃었습니다.

까놓은 달걀들은 열심히 섞어 풀어주고 소금간을 합니다.

그 다음엔 식빵을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줍니다.

이수는 네조각으로 자른 식빵으로 식빵 탑을 쌓고,

이래는 이제 고르게 네 등분을 잘 합니다.

매 순간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아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툴었던 것들이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또 할 수 있게 되고,

그 이후엔 자연스레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매일매일 아이들이 자라는 순간들을 함께합니다.

어제의 아이들이

오늘의 아이들과

또 다르고 새롭다는 것을 느껴요.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경이롭기도 하고,

지나가는 순간들이 아쉽기도 해요.

그러니 순간을 소중히,

매일을 감사히 여기며

아이들을 만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식빵에 달걀옷을 입힌 후에

후라이팬을 불에 달구고 버터를 녹여주어요.

버터를 녹이는 것은 이래와 이수 역할,

식빵을 후라이팬 위에 놓는 것은 이수와 이안이 역할,

식빵들을 뒤집는 것은 이안이 역할입니다.

각자의 나이와 발달 수준에 맞게 할 수 있는 만큼 함께합니다.

오늘은 이래도 식빵 뒤집기를 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옆에서 이안이가 "아직 이래는 못해요" 합니다.

그래도 이래가 하고 싶어하니 기회를 주자고 말했습니다.

계속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이래가 한 손으로 해보다가 힘이 부족했는지

두 손으로 집게를 잡고서 식빵을 집더니

이내 모양이 망가지지 않도록 뒤집습니다.

뜨억...!

예상치 못했는지 이안이가 할 말을 잃었어요.

역시 못하는 줄만 알았던 막내 동생도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고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니

어느새 이렇게 해내요.

네 살이 된 이래는 세살이었을 때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아졌고

스스로 해보고 싶은 것들도 훨씬 많아졌습니다.

이안이는 토스트 굽기를 맡아서

마지막 하나까지 타지 않게 잘 구워냈습니다.

이제 굽고 뒤집고 예쁘게 담는 것이

이안이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뚝딱 요리를 해내는 이안입니다.

그동안 동생들은 우유에 과일과 꿀을 넣어 쉐이크를 만들기로 했어요.

이수가 바나나를 넣고,

이래가 블루베리랑 망고에 넣고,

함께 꿀을 짜 넣고서,

이수가 마지막으로 우유를 넣고서

도깨미 방망이로 갈아줍니다.

위잉 갈리는 모습을 보면 이수가 웃어요.

작년에는 작동 버튼을 누르면서 가는 것이 어려웠는데

올해는 거뜬히 해내요.

구워진 프렌치 토스트 위에 달콤하게 설탕을 뿌려주면 완성입니다.

거실에 이모 삼촌들이 먹기 좋게 세팅을 하고,

똑똑똑 사무실 문을 노크한 후에

이모 삼촌들께 "간식 드세요~" 하고 불렀습니다.

이모 삼촌들이 이안 이수 이래에게 고맙다면서

크게 박수를 쳐주었어요.

이안 이수 이래는 쑥스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한 듯 웃어보입니다.

우리들이 만든 간식은 금세 동이 났고,

열렬한 리필 요청에 다시금 빵을 굽고,

우리들이 직접 만든 비파잼을 발라서

이모 삼촌들에게 직접 가져다 드렸어요.

진민삼촌은 쉐이크도 맛있다면서 리필을 요청하기에

이안이가 서둘러 새로 갈아서 드렸습니다.

아~ 오늘은 참 뿌듯한 날이에요.

누군가를 위해 준비하고 만들고 함께하는 일은 기쁜 일이라는 것을

이안 이수 이래의 표정과 으쓱한 어깨를 보면서 느낍니다.

앞으로도 주변의 감사한 이들을 위해

이런 깜짝 선물들을 준비해보아야 겠습니다.

우리가 지금껏 잘 지내온 것은

주변 사람들의 많은 보살핌과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리고 그 사랑을 조금이나마 정성담아 표현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직접 제안하고 원하는 일들이에요.

아이들의 생각과 실천에 늘 감탄합니다.

메아리 놀이터에서는 원하는 무엇이든 도전해볼 수 있으니 참 좋아요.

- 2019년 8월 메아리 놀이터 -

By 서지연 교사View 694

Only Ed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