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No.7

메아리 자연캠프

조금 다른 세상, 메아리캠프


조금 다른 세상, 메아리캠프

-19년 여름 메아리 자연캠프 이야기-


학교와 달리 모둠끼리 협동해서 과제를 해결해낸다.

무엇보다 남을 비난하지 않고, 남한테 시키거나, 부려먹지 않는 메아리캠프가 좋았다.

-메아리 어린이캠프 소감문에서 발췌-

이번 여름 어린이캠프 소감문에는 유독 '협동심을 길렀다'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첫나들이캠프 소감문은 온통 모닥불과 사냥 그림 천지였습니다.

청소년캠프 소감문에는 '언젠가 꼭 지도자로 참여하고싶다'는 글이 수두룩했습니다.


그저 미친듯이 놀기만 했는데 협동심을 길렀다고 하는 것이 새삼 신기합니다.

땀 흘리며 청소하고, 설거지하는 자원지도자들을 보며

자신도 언젠가 저렇게 섬기리라 다짐하는 청소년들을 볼 때면 더욱 놀라곤 합니다.

 

어김없이 즐겁고 행복했던 올 여름 메아리캠프 이야기를 살짝 공개합니다. 

 

1. 마지막 캠프

10살때부터 19살이 될 때까지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캠프에 온 캠퍼가 있습니다.

캠프에 오던 초반 3년쯤은 캠프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면 꼭 선생님을 붙잡고 울었는데,

그 이후로는 당연히 만날 것이라 생각해서인지 웃으며 집에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번 캠프에서는 자주 눈물을 보였습니다.

알고보니 이번 캠프가 마지막이라는 아쉬움때문에, 즐거운 와중에도 눈물을 흘린 것입니다.


마지막 밤 메아리잔치를 마치며, 그 친구를 무대로 초대했습니다.

그 친구는 고요한 가운데 홀로 앞으로 나와

어린시절 캠프를 떠나던 날 울던 것처럼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모든 친구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친구 곁으로 다가가 안아주고, 기도해주고,

함께 눈물 흘리며 그 친구의 마지막 캠프를 응원해주었습니다.

다음 날 그 친구는 다시 또 만날 것을 약속이라도 한듯, 밝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2. 첫 캠프

이제 막 여덟살이 된 한 어린이가 첫나들이 캠프에 왔습니다.

이전에 1박2일로 하는 메아리 자연학교 모험캠프에 왔었는데, 그때 무척 재미있었는지

3박4일 첫나들이캠프에 도전해보겠다고 온 것입니다.

그런데 첫나들이캠프에는 이 친구가 기대했던 것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1박2일 캠프는 짧아서 그저 정신없이 재미있게 놀다보면 끝나지만,

3박4일 캠프에서는 진정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켜야만 하는 것들도 배워야합니다. 

집에서 할 수 없는 재미있는 것들을 마음껏 하는 만큼

집에서는 안 지켜도 되는 약속을 지켜야하고, 스스로 많은 것들을 해내야 합니다.


하루는 이 친구가 낮잠을 자고난 후 칭얼거리며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과 선생님이 같이 일어나서 놀러 가자고 다독이기도 하고, 설득도 하고, 화도 냈지만

좀 더 자고 싶다며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좀 더 쉬게 두기로 하고 모둠 친구들과 선생님이 먼저 계곡으로 떠났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고 일어나서 물놀이가 하고 싶었는지 수영복을 입고 계곡으로 왔는데

이미 해가 지고 있어 다들 물 밖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눈물을 보이며 계곡 앞에서 서성거렸습니다.

이를 본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00야, 쉴만큼 쉬었어? 네가 충분히 쉬는 동안 약속된 물놀이 시간이 지나서 

오늘은 더 물놀이를 할 수 없어. 쉬고 싶은 만큼 쉬는 동안 물놀이는 다 끝났어. 

모두가 안전하기 위해 약속한 것이 있고,  너도 그걸 함께 지켜야 같이 재밌게 놀 수 있어."


이 친구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 서 있더니, "그럼 5분만 있다 가면 안돼요?"라고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네가 스스로 약속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약속한 00은 5분 동안의 물놀이를 즐기고 씻으러 갔답니다.

 

이번 캠프에 처음 참여해 씩씩하게 3박 4일을 지낸 8살의 00을 보며,

자연스럽게 메아리 자연캠프의 한 지도자가 떠올랐습니다. 

8살 때 캠퍼로 캠프에 처음 참석하고, 이번 여름에는 8살 어린이의 지도자로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즐겁고도 어려운 첫 캠프를 거쳐

따뜻하게 헤어지는 마지막 캠프를 맞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마주하듯 어린 캠퍼들의 지도자가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평범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저게 가능할까?'싶은 일들도

메아리 자연캠프에서는 당연한 듯 일어나고, 그런 것들이 다음 세대로 조용히 전해집니다.

오직 메아리캠프에 와봐야만 알 수 있는 '메아리스러운' 것들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하기 때문에 지속되는 것이지요. 

메아리캠프는 모두 규칙을 지켜서 다함께 행복하고 즐겁기를 지향합니다.

 메아리캠프는 진정한 '옳음'을 함께 찾으며 서로를 책임지는 진솔한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조금은 다른 메아리 세상은 이렇게 서로의 행복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캠프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궁금해하셨을 부모님, 지도자, 캠퍼들에게

이번 캠프도 저에게 여느 때처럼 너무너무너무 즐거웠다는 말을 전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강지수 간사는 …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 국어국문학, 청소년학을 전공했다. 2010년 청소년과 놀이문화 연구소 자원지도자로 활동을 시작하여 6년간 메아리캠프, 메아리학교 등 지도자로 활동했으며, 2016년 간사로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현재 청소년과 놀이문화 연구소 ‘메아리 자연캠프’의 프로그램을 맡아 연구 및 개발에 힘쓰고 있다.




By 강지수 간사View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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